생리 때마다 깨질 듯 아픈 머리...빈혈 아닌 '월경 편두통'일 수도(2026.10.13 - 정신의학신문)

생리 때마다 깨질 듯 아픈 머리…빈혈 아닌 ‘월경 편두통’일 수도

  •  박수영
  • 승인 2026.10.13 11:47



임진희 수원S서울병원 신경과 원장

생리 전후로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깨질 듯 아프면 생리혈로 인한 빈혈을 떠올리기 쉽다. 철분제를 챙겨 먹거나 진통제로 버티며 매달 같은 고통을 반복하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월경 때 반복되는 두통은 출혈보다 호르몬 변화와 관련된 편두통일 수 있다.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발생 시기에 맞춰 치료할 필요가 있다.

임진희 수원S서울병원 신경과 원장은 “생리 중 두통을 무조건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월경 전후로 반복되는 편두통은 여성호르몬 변화에 따른 뇌 신경계의 반응과 관련이 있어 철분제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리 직전 떨어지는 에스트로겐…통증에 민감해지는 뇌

월경 관련 편두통의 주요 유발 요인으로는 생리 직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꼽힌다. 이러한 변화가 뇌의 통증 조절 경로와 삼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편두통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호르몬 변화만으로 모든 두통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편두통은 머리 한쪽이나 양쪽에서 맥박이 뛰듯 욱신거리는 통증이 나타나며, 메스꺼움이나 빛·소리에 대한 예민함이 동반될 수 있다.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월경 시기에 발생하는 편두통은 다른 때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치료 후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생활에 미치는 부담이 크다.

임 원장은 “생리통과 생리 중 두통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며 “매달 비슷한 시기에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움이나 빛·소리에 대한 불편함까지 동반된다면 월경 관련 편두통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빈혈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생리량이 많거나 출혈이 오래 이어지고 어지럼증·피로감이 동반된다면 빈혈 여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두통이 생리와 겹친다는 이유로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증상과 출혈 양상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미 시작된 두통 치료하고, 예측 가능하면 단기 예방도

월경 관련 편두통 치료는 두통이 발생했을 때 통증을 줄이는 급성기 치료와 발작을 줄이는 예방 치료로 나뉜다. 급성기에는 환자의 증상과 건강 상태에 따라 진통소염제나 트립탄 계열 약물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트립탄은 특정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편두통과 관련된 통증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생리주기가 규칙적이고 두통이 발생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면 월경 전후 일정 기간 약물을 사용하는 단기 예방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임 원장은 “트립탄은 이미 발생한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에 활용하며,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경우 두통이 예상되는 시기에 단기 예방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며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월경 외의 시기에도 두통이 잦다면 장기 예방 치료가 필요한지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몬 변동을 줄이는 치료가 도움이 되는 환자도 있지만, 모든 여성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전조 증상 유무와 혈관질환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선택해야 한다.

◆주말 몰아 자기도 주의…두통일기로 반복 양상 확인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부족뿐 아니라 평소와 크게 달라진 수면 패턴도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주말에 과도하게 몰아 자기보다 취침·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걷기·수영·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자신의 상태에 맞춰 규칙적으로 시행하면 편두통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강도를 서서히 높이고, 두통이 심한 날에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가나 명상처럼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활동도 활용할 수 있다.

카페인과 음식은 개인별 반응을 살펴 관리해야 한다. 특정 음식을 일괄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섭취량이나 식사 시간의 변화가 두통과 연결되는지 기록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두통일기에 생리 시작일, 두통 발생일, 통증 강도, 동반 증상과 약물 복용 내역을 적으면 월경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반복되는 두통을 진통제로만 버티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급성기 약물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에는 약물과용두통 가능성도 평가해야 한다. 일이나 가사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프거나 약을 먹어도 충분히 나아지지 않는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임 원장은 “매달 찾아오는 두통을 여성이라면 당연히 참아야 하는 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월경 관련 편두통은 치료와 생활관리를 통해 일상에 미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반복되는 통증이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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